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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일기 • 석주 이상룡의 서사록 ⑥ 85 오!”라고 하기에 내가 흔쾌히 허락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사 람의 일이 이미 옛날 이 되었고, 만리이역 에서 홀로 이 책을 보 노라니 돌아오지 못 할 일에 대한 그리움 을 금할 수 없다. 이어서 생각컨대, 모든 사람이 가장 싫 어하고,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죽음일 뿐이다. 그러므로 동서고금의 여러 종교가 모두 이 ‘사(死)’ 한 글자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삼았으나, 필경에는 모 두 어찌해 볼 수가 없었다. 이에 각각 하나의 주의를 세웠는데, 유가는 도덕을 주창하고, 불가와 야소교는 영혼을 중시하였으니, 이른바 ‘살신성인(殺身成仁) · 사 생취의(捨生取義) · 법신상존(法身常存) · 영생천국(永生 天國)’ 등의 설은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그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깨뜨리고 직분과 당위의 일에 전 력을 기울이게 하고자 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대개 세계의 역사 4천년 사이에 국가가 편안하게 다스려지고 인류가 보전될 수 있었던 것은 실은 이 한 가지 관문을 설파한 데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신선가 는 유독 사람은 불사의 기술을 가져서, 신체와 영혼이 영겁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에 내단수양(內丹 修養)의 방법을 전하고 외단복식(外丹服食)의 방술을 남겼다. 과연 이 주장과 같아서 득도에 성공한다면, 어찌 진 실로 신령하고 신묘하지 않겠는가? 오직 그 육신에 벗어나 날아다니는 방술(方術)은 그러한 책을 보 았으 나, 그러한 사람은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드디어 무 수한 영웅들로 하여금 한갓 죽음을 싫어하고 두려워 하는 마음을 품고서 방황하여 조금도 성취가 없도록 하였다. 설혹 한두 사람이 그 공효를 거둔 일이 있더라도 결 단코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일제히 신선이 되기를 기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찌 이 소수를 위하여 다수 를 모조리 그르쳐서 되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생각하 기를, 만약 이 책이 세상에 공공연히 유행한다면 대중 을 다스리는 데 크게 방해가 되리라 본다. 다만 그 가 운데서 기력을 굳세게 하고 근골을 튼튼히 하는 한두 가지의 처방을 가려 뽑아 체조의 과정을 돕도록 한다 면 아마도 유익함이 있을 것이다. 1일 집 주인이 다시 찾아와 몹시 재촉하므로 드디어 이사를 하기로 작정하였다. 비서장이 다시 시 한 수를 지어 보냈기로 차운하여 드리다. 식후에 가재를 우선 비서장이 거처하는 집 북쪽의 학교에 이상룡이 읽은 『성명규지』. 심신 수련의 비법을 체계있게 논술한 도교서적(道敎書)이다(한국학중앙연구 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