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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2024년 7월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순국스크랩 기(氣)가 모아지면 살고, 기(氣)가 흩어지면 곧 죽 는다 “이 난세에 ‘의(義)’를 좇아 의병 전적지를 두루 순 례한다는 선생의 얘기를 전해 듣고 몹시 만나고 싶 었습니다.” 그 무렵 최 교수는 거동이 매우 불편하여 거실 의 자에 앉은 채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초면인데도 마 치 오랜 동지라도 만난 듯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곁에서 시중드시는 부인께서 인사 겸해 한 말씀하 셨다.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신 탓인지 예삿날보다 말 씀도 더 또렷하시고 기운도 차리신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모덕사 경내에서 뵌 면암 선생의 예리한 눈빛을 최 박사에게서도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인 사상 뿌리가 되는 성리학에서 생사(生死) 를 얘기할 때, ‘氣聚卽生(기취즉생)이요, 氣散卽死(기 산즉사)’라고 한즉, ‘기가 모아지면 살고, 기가 흩어 지면 곧 죽는다’라고 하였습니다.” 당신이 비록 불편한 몸이지만 나라를 염려하는 마음은 오히려 더 끓어오르는 듯, 오늘의 현실을 나 라의 기(氣), 곧 기운이 흩어져 국론이 분열된 바, 매 우 혼란스럽다고 진단한 뒤 그 대안을 제시하였다. “인간의 실체는 삶과 죽음으로 나눠지는데, 그 연 유는 기(氣)가 한데 모아지면 생 곧 삶이 오고, 그것 이 흩어지면 사, 곧 죽음이 온다는 겁니다. 그러면 기가 어떻게 하면 모아지고, 어떻게 하면 흩어지느 냐? 그 답은 의(義)에 있습니다.” 면암 최익현의 생애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 선생은 경주인으로 최 치원(崔致遠)의 후예다. 1833년 12월 5일 경기도 포 천군에서 태어났다.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고 골격이 비범하여 아명을 기남(奇男)이라 하였다. 가세가 가 난하여 4세 때 단양으로 옮긴 것을 비롯하여 여러 지 방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1846년 14세 때 화서(華西) 이항로(李恒老)의 문인 이 되었는데, '면암(勉菴)'이라는 호는 화서에게서 받 은 것이다. 1855년 23세 때 명경과에 급제하면서 관 필자와 대담하는 최익현의 현손 최창규 교수   최익현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당 모덕사(慕德祠, 필자 촬영). 고 종(광무황제)이 내린 밀지 중에서 “면암의 덕을 흠모한다”는 구절의  ‘모(慕)’와 ‘덕(德)’에서 이름을 땄다. 매년 음력 9월 16일에 유림 주 관으로 제향을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