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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열전 • 핏덩이 안고 한국광복군으로 뛴 “유순희” 81 다. 한국광복군 가운데 2023년 3월 현재, 정부로부 터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은 분은 모두 579명이 다. 이 가운데 남성이 545명이며, 여성은 유순희 지 사를 포함하여 34명이다. 금슬좋은 한국광복군 동지 출신의 부부독립운동 가 유순희 지사. 그러나 불행하게도 광복 후 6 · 25 한국전쟁으로 남편과 생이별을 한 뒤 홀로 어린 세 자녀를 키워야 하는 운명과 맞닥트렸다. 길고 긴 고 난의 길이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유순희 지사는 꿋꿋하게 자녀들을 키워냈다. 유순희 지사는 한국 광복군 제3지대의 활약상이 담긴 『항일전의 선봉』 이란 앨범을 필자에게 보여주었다. 이 속에는 남편 의 모습도 들어 있었다. 한국광복군 제3지대 사진 첩발간회에서 만든 흑백 사진첩(1982) 속에는 유 순희 지사를 비롯한 수많은 한국광복군의 활동 모 습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유순희 지사는 또렷하게 당시를 기억하는 듯 손가 락으로 한 분 한 분을 가리키며 설명에 여념이 없었 다. 특히 동지이자 남편인 최시화 지사의 사진이 나 오자 감회에 젖는 듯 멈칫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일제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어린 핏덩이를 안고 한국광복군에 뛰어든 시절부터 환국하여 또다시 민족의 비극 6 · 25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부부 생이 별에 달랑 남겨진 어린 자식들, 이후 남편의 생사를 모른 채 어린 자식들을 부둥켜안고 살아낸 모질고 도 기나긴 세월이 야속하기만 했다. “정말이지 내가 92살(2017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유순희 지 사는 안개꽃을 바라다보며 지나온 삶이 안갯속 그 자체였던 듯 지그시 눈을 감는다.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필자를 반갑게 맞이해주던 유순희 지사는 이후 건강이 쇠약해져 ‘코로나19’로 면회도 제대로 되지 않던 2020년 8월 29일, 94세를 일기 로 삶을 마감했다. 한편, 필자와 함께 유순희 지사 댁을 방문했던 현재 유일의 생존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는 2018년 3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지금(2023.3)은 서울중앙보훈병원에 입원 중이다. 봄비가 내리고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계절이 오면 필자는 나긋나긋하게 독립운동 시절을 이야기해주던 유 순희 지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봄, 다시 한번 유 순희 지사의 명복을 빌며 아울러 유순희 지사의 동 갑내기 동지 오희옥 지사의 건강을 두 손 모아 빌 어본다. 유순희 지사 남편 최시화 지사는 1990년에 건국 훈장 애족장(1982년 대통령표창)을 추서 받았다. 유순희 지사는 1995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 받았는데, 이들은 대한민국의 당당한 부부독립운 동가다. 한국외대 일본어과 졸업, 문학박사. 일본 와세다대학 연구원, 한국외대 연수평 가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 로는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찾아 서』, 시와 역사로 읽는 『서간도에 들꽃 피다』(전10권),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 등 여성독립운동 관련 저서 19권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필자 이윤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