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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2024년 8월 순국 PEOPLE  아름다운 사람들 8월의 독립운동가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가족은 물론 만주지역 항일지사들의 그 림자가 되어 온갖 고난을 견뎌냈다. 허은은“개간에는 이력이 났 다.”고 표현할 정도로 시어머니 이중숙과 함께 농사일을 도맡아 했다. 특히 허은은 서로군정서 대원들의 의 · 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여성들은 광목과 솜뭉치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대량으로 대원들의 옷을 생산했는데, 허은도 그 일을 숱하게 하였다. 뒷날 “김동삼 · 김형식 등에게 손수 옷을 지어 드렸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감개가 헤아릴 길 없다.”고 회고하였다. 왕래하는 독립운동가들과 대원들의 음식 제공도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각종 회의가 집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허은은 회의 때마 다 늘 부족한 먹거리를 마련하느라 고충이 컸다. 농사가 흉년일 때는 중국 사람이 경영하는 피복 공장에서 단추구멍 만드는 일감 을 가져와 부업을 해서 음식을 마련하기도 했다. “조직원들을 해 먹이는 일 자체가 큰 역사였으며, 작은 국가 하나 경영하는 것이 나 다름없었다”고 한 허은의 회고는 만주 항일투쟁사에서 여성들 의 역할을 시사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1932년 시조부 이상룡이 순국하자 허은은 귀국하였다. 귀국 후 생전의 허은 여사(매일신문 제공) 허은의 회고록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  소리가』(정우사, 1995)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 소리가』 재간 본(민족문제연구소,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