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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열전 • 고양 흥영학교 만세시위를 주도한 “오정화” 79 한국 방문을 하게 되어 직접 만난 것은 2012년 7월 3일(화) 오전 11시,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였다. “외할머니(오정화 지사)는 3·1만세운동을 주도하 다 붙잡혀 유관순 열사와 함께 서대문형무소에서 옥 고를 겪은 뒤 일제의 감시를 견디지 못해 만주로 가 서 갖은 고생을 하다 해방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75세로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그러나 외할머니의 따 님인 저의 어머니가 미국으로 이민을 오는 바람에 저는 1961년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까만 원피스에 초록빛 스카프가 잘 어울리는 아그 네스 안 씨는 단발머리에 아담한 체구의 밝은 모습 으로 내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서로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우리였지만, 그는 한복 차림의 나를 먼저 알아 보고 손을 내밀었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Dr. Agnes Rhee Ahn' 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인 교포 2세인 아 그네스 안씨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놀랐던 것은 미국 에서 태어나 동양인으로서 미국문화와 생활에 적응 하느라 외할머니의 독립운동 사실을 제대로 듣지 못 한 채 의사가 되었고, 2남 1녀를 낳아 일과 육아 사 이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아들 마이클이 10살 무렵 학교 에서 돌아와 울면서 그녀에게 던진 질문이 계기가 되어 외할머니의 독립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되었 다고 했다. 아들 마이클의 질문 가운데 "왜 한국인들은 착한 일본인들을 괴롭혔느냐?"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때마침 미국 보스턴에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책 《요코 이야기(원제, So Far From the Bamboo Grove)》에서 비롯되었다. 아들이 읽은 이 책은 요코 웟킨스(당시 78세)라는 여성이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편협된 역사의식으로 일관된 책으로 지적되던 책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아그네스 안씨는 한국의 독립운동 역사를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들에게 올 바른 조국의 역사의식을 가르쳐 주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 역시 정확한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공부해야겠 다는 각오에서였다. 그러나 한글을 거의 모르던 그 녀는 미국에서 영어로 쓴 한국의 독립운동에 관한 말년의 오정화 지사 오정화 지사 판결문(경성지방법원, 1919.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