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page
74 2025년 1월 순국 PEOPLE 아름다운 사람들 여성독립운동가 열전 보훈병원 뜰의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몇 안 남은 잎새가 펄럭이던 날, 오희옥 지사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병원 생활 6년 8개월 동안, 봄이 여섯 번 지나고 여름과 가을도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건장 한 사람도 병상 생활이 오래되면 몸과 정신이 나약해지게 마련인데 지 사님은 병상에서 미소를 잃지 않으시고 강한 정신력으로 버텨내셨습 니다. 언제나 문병차 찾아오는 이들이 내민 손을 꼭 잡아 주시던 그 살 가움과 따사로운 온기는 지금도 식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왼손에 편마 비가 와서 불편한 상태지만 오른손에 펜만 쥐여 드리면 “힘내라 대한민 국”, “다시 찾은 조국광복” 등 독립운동 하던 때의 소원을 흰 종이에 꾹 꾹 눌러써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봄이 되면 집에 돌아가리라”라던 꿈 하나로 6년 8개월을 버티시던 지사님은 끝내 정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병상에서 삶을 마감하셨 습니다. 힘드셨지만 삶의 말년을 보낸 서울중앙보훈병원은 지사님의 두 번째 보금자리였습니다. 친절한 의료진의 진료와 간호사님들의 보 살핌에 이어 1남 2녀 자녀들의 극진한 사랑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 일한 생존 여성독립운동가’를 뵙기 위해 병문안을 와 주신 수많은 분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병상에서 외롭지 않도록 찾아 주셨던 한 분 한 분을 지사님도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이 시대 마지막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님 영전에 드리는 글 ‘유일한 생존 여성독립운동가’ 지난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 타계 “일제의 침략으로 수려한 금수강산 고국땅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독립운 동가 부모님을 따라 먼 이국땅 만주 에서 태어나 ‘망국노(亡國奴)’ 신세 로 떠돌이 생활을 하던 때에도 지사 님은 꿋꿋하게 조국광복을 위해 찬 란한 청춘기를 한국광복군으로 뛰 셨습니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반기 는 이 없는 해방된 조국에서 겪어야 했던 6 · 25 한국전쟁과 분단의 비극,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1960~80 년대를 거치고 나서 비로소 지사님 은 수원의 13평짜리 보훈 복지 아파 트에서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습니 다. 그 아파트가 다시 떠오릅니다. 수 원 대추골의 작은 아파트 정원 은행 나무 아래 그늘에서 저를 기다리시 던 모습이 오늘 새삼 그립습니다.” 독립운동가 오광선 딸로 충칭에서 한국광복군 참여 글 이윤옥(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