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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영월엄씨대종회보 41호 시 / 한시 부산종친회 고문 고 봉 엄 강 수 내 늙어 고목나무 되면 내 목숨 조금은 길게 살다가 기력이 쇠하고 영혼이 분산되어 한갓 볼 품 없는 흉물이 될지라도 몸뚱이라는 구멍이 숭숭 뚫어져도 잎은 녹음이 짙은 여름이고 쉽다 내 늙어 향수 짙은 고목나무 되면 학창 때 염문 뿌린 아랑 소녀와 오래전에 헤어진 코흘리개 친구와 부모님 영혼의 그림자 기다리며 한적한 길섶에 우뚝이 있으리라 내 늙어 서낭당 길 고목나무 되면 마을 수호신 서낭신을 굳게 지키고 지나가는 길손 시원한 바람 안기고 힘에 겨워 지팡으로 몸 가눈 노인 땅거미 내릴 때 가지 쉬게 하리라 내 늙어 회관 앞 고목나무 되면 그늘진 자리 곱게 다듬어서 펴고 고향의 애환가 환희들을 한데 묶어 귀문을 활짝 열어 실컷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