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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 삶 이야기 • 박환 수원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 61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전시품에는 박장현 선 생의 문집인 『중산전서(中山全書)』 한문 영인본과 번 역서 모두 전시되었다. 또 서울대 금장태 교수 등의 저서 『중산 박장현 연구』, 박영석 교수의 저서 『만보 산사건 연구』, 박환 교수의 저서 『만주지역 한인 사회 와 항일운동』 이 나란히 진열되고 있었다. 전시 2부에서는 박교수의 대표 저작들이 전시되 었다. 1991년 박 교수가 처음 펴낸 책인 『만주한인민 족운동사연구』부터 가장 최근에 낸 『100년을 이어 온 역사가의 길』까지 저서 50여 권이 책장에 질서정 연하게 전시되고 있었다. 중국 동북지방(만주) · 러시 아·중앙아시아·한국 등 지역별 구분과 19세기 말 조 선 · 대한제국 시기부터 한국전쟁기까지 연구한 저서 가 잘 분류되어 가지런하게 전시되고 있었다. 평생 연구해도 책 몇권 내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많은 저 서를 발간한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평소 박교수가 ‘아침형 인간’으로 정말 부지런한 학자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서가에 보기좋게 진열된 많은 책을 보니 새삼 박교수가 존경스러웠다. 전시 3부는 ‘역사가로서의 흔적들’이 테마다. 대 학 시절 정리한 이기백 교수의 한국사 강의 노트부 터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쓴 논문 초고, 특히 석 사 · 박사 학위논문 원고와 심사과정에서 지적받은 사 실을 기록하고 퇴고한 학위논문 원고가 인상적이었 다. 현장을 답사하면서 기록한 수첩, 학술회의 참가 시 목에 걸었던 참가증, 러시아 모스크바 레닌도서관 을 이용할 때 썼던 열람증 등이 전시되었다. 전시 4부는 학회와 학생 지도(指導), ‘박환학파’이 다. 이 분야에서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회장을 맡았던 한국민족운동사학회의 학술지 『한국민족운 동사연구』 논문집과 수원대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지 도하여 배출한 석사학위 논문 35건 중 상당수 논문 을 전시하고 있었다. 무려 35명의 독립운동사 전공 석사를 배출한 것 이다. 그동안 잘 몰랐지만, 박교수가 독립운동사 연 구 · 교육의 중요 인재를 훌륭하게 양성했음을 알 수 있었다. 박교수는 스스로 이를 ‘박환학파(朴桓學派)’라 고 이름붙였다. 아직 지도 학생들의 연령이 많지 않 아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박 교수의 제자들인 ‘박환학파’의 위상과 역량이 차츰 드 러날 것으로 믿어졌다. 평생 “대륙의 잊힌 혁명가 발굴과 부활”에 노력 박교수는 우리 역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만 주 · 연해주 독립운동이나 경기도 지역사, 국민방위군 문제 등 한국현대사, 잊힌 독립운동가의 일생을 탐구 해왔다. 20년 전인 2003년에는 ‘제암리 학살사건’ 위 주로만 다뤄지던 경기도 화성지역의 3·1 운동과 관 련해 새로운 사료를 발굴하며, ‘화성 무장항쟁’이란 역사적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국가에 의해 자행된 인권 유 린이자 방산(防産)비리인 ‘국민방위군 문제’를 한 개 인의 일기 등을 분석해 실증적으로 증명해냈다. 국민 방위군 사건은 1951년 1·4 후퇴 시기 국민방위군 간 부들이 방위군 예산 중 약 25억 원의 국고금과 물자 를 착복해 식량을 지급 받지 못한 방위군 수만 명이 아사하거나 병사한 사건이다. 초등학교 교사 유정수 의 일기를 바탕으로 저서 『한국전쟁과 국민방위군 사건』(민속원, 2020)을 발간하여 이 사건을 학술적으 로 정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