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page

42 2024년 7월 Special Theme    광복 제79주년 기획 특집 ‘한국 독립운동 세력의 현실 인식과 대응’ 종교=한민족정체성’이라는 등식까지도 무리 없이 도출된다. 일제강점기 대종교의 총체적 대응 역시 이러한 성 격을 외면하고서는 이해하기 힘들 듯하다. 대종교와 일제와의 투쟁은 정체성과 정체성의 충돌로,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려는 자와 그것을 빼앗으려는 자와의 충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제에 대한 대종교 의 대응은 모든 것을 건 투쟁이었다. 대종교가 단군 (檀君)구국론의 재확인을 통해, 항일투쟁의 본산으로 서의 역할과 더불어, 총체적 저항의 사표를 보여준 것에서도 확인된다. 먼저 우리 민족사에 있어 단군은 민족 구난의 상 징적 존재였다. 단군구국론이란 바로 이러한 의식을 통해 민족의 위난을 극복코자 했던 우리의 정서를 말하는 것이다. 단군신앙과는 거리가 멀었던 불가 (佛家)의 일연(一然)이 쓴 『삼국유사』나 유가(儒家)의 이승휴(李承休)가 지은 『제왕운기』에 실린 고조선과 단군사화가, 민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주적 역사의식의 발로였다는 점을 우리는 경험했다. 고려 공민왕이 요동정벌의 명분을 단군조선에서 찾은 것 이나, 조선왕조의 조선이란 국호 역시 이러한 정신 의 계승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조선조 단군 존숭의 전통이 우리 민족 정체성 확인의 발로라는 것도 이미 확인된 바다. 특히 도가(道家)에 의해 주도 된 조선후기의 단군숭배와 실학자들에 의한 단군과 상고사의 연구는, 실존하는 단군의 의미를 더욱 고 양시켜 주었다. 한말 대종교의 등장 역시 이러한 정서의 연장이 자 완결판이었다. 전래의 고신교(古神敎)인 단군신앙 의 중흥을 내걸고 출발한 그들의 명분이 ‘국망도존’ 이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항일투 쟁의 정신적 동력이 되었던 이 외침은, 정신의 망각 으로 망한 나라를 정신의 지킴으로 되찾자는 구호였 다. 그 정신이 바로 단군이요, 그 단군정신이 곧 대종 교였으며, 그 대종교가 바로 항일투쟁의 선봉에 나 선 것으로, 단군구국론의 재확인이었던 것이다. 박은식은 대종교를 국교로 보고 “국교와 국사가 망하지 않으면 그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강하게 외쳤던 인물이다. 신규식은 선조들의 교화와 종법(宗法), 그리고 역사를 잃어버림이 망국의 근본 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신채호 역시 단군 시대의 선인(仙人)을 국교이며 민족사의 정화로 보 1914년대 나철에 의해 임명된 대종교 각도본사의 책임자들. 왼쪽부터 서일(동도본사), 신규식·이동녕(서도본사), 이상설(북도본사), 강 우 (남도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