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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 “혼이 왔는지, 육체까지 왔는지” 임시정부 요인들의 한국 귀국까지 둘러싼 이야기들 33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이승만 과 함께 하지 장군을 만나기 위해 한 살 위 ‘형’인 이 승만 집으로 찾아갔다. 군정청에 도착한 이들은 반 도호텔로 가서 주한미군사령관 하지 장군을 만나 이 야기를 나눴다. 내친김에 이들은 미군정 청사로 가 서 군정장관인 아놀드 장군과도 만났다. 김구는 자 신을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왔으므로 정부가 왔다.” 김구는 서둘러 경교장으로 갔다. 여기에는 기자들 이 진을 치고 있었다. 더욱이 이날은 김구의 첫 공식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구는 감성 적이면서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와 발언을 했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기자들과 주고받은 문답을 정리하 면 이렇다. (기자) 고국에 돌아온 감상은 어떠십니까. (김구) 혼이 왔는지 육체까지 왔는지 모를 지경입 니다. (기자) 선생 이하 요인이 개인자격으로 입국했으 니, 임시정부는 언제 환국합니까. (김구) 우리나라에는 현재 군정이 실시되고 있는 관계로 대외적으로 개인자격이 될 것입니다. (하 지만) 우리 한국 사람으로 보면 내가 왔으므로 정 부도 돌아온 것입니다.(강조 및 밑줄은 필자) 김구는 이날 중앙방송국 라디오 방송으로 간단한 귀국인사를 했다. 그는 방송 원고를 미리 작성했지 만, 주어진 방송시간은 단 2분에 지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구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 쩔수 없었다. 주한미군사령관과 미군정과 각을 세울 시점도 아니었다. 분노를 참으며 원고를 새롭게 작 성했다. 다시 작성한 내용은 현실과 바람이 교차하 는 귀국인사였다. 낮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비꼰 질문에 “내가 왔으므로 정부가 돌아온 것이다”라고 당차게 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분짜리 귀국인사 방송에서도 “평민자격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해야만 했다. 이는 분명 주한미군사령부와 미군정 이 요구한 것이고, 김구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 었다. 김구를 위시한 임정요인들은 귀국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철저히 배제 당했고, 한국에 돌아와서 도 자기 뜻대로 연설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 것은 해방되는 날 여러 독립운동가가 걱정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즉, 한국(한국인들) 스스로 독 립을 쟁취하지 못하고 연합국의 도움을 받아 해방을 얻은 대가인 것이다.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1945~1949년 미군정의 전문인력 양성계획과 미국파 견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가보훈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대 학 강사 등을 거쳐 현재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녈인문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하고 있다. 대표적 논문으로 「해방이후 ‘국비 미국유학생’의 탄생」, 『사학연구』  141, 2021 ; 「분단과 변혁의 시 ㆍ 공간에서 별의 순간을 잡은 자들」, 『한국근현 대사연구』 102, 2022 등이 있다.  필자 유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