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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정태헌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 19 나 의미를 부정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지요. 그러나 유럽인들의 ‘대항해시대’ 이래 500여 년이 넘도록 버전을 달리 하면서 유지되어 온 식민사학-식민지 근대화론에 동조하면서, 내심 ‘독립할 필요가 없었 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헌법을 지켜야 하는 공직 을 맡으면 안되지요. 그런 면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람들은 자리를 탐하고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성을 보인다고 생각돼요.” 거침었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이 그만큼 기반이나 사상이 취약한 겁니다. 이런 사람들만 골 라서 임명하는 현 정부의 역사인식은 그만큼 위험수 위를 넘어섰어요. 이른 바 ‘식민지근대화론’의 주요 한 맹점 한 가지만 지적할게요. ‘무정부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것도, 아나키즘을 주장하는 것도 결코 아 닌데 하여간 시장경제만 부르짖지요. 그러나 자본주 의는 민족경제 즉,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받으면서 출발합니다. 자본주의 3대 주체가 개인, 기업 그리고 국가(정부)라는 사실을 결코 망각하면 안됩니다. 현 대 사회에서도 국가가 새로운 시장도 창출하고, 자 국 기업을 보호하거나 이를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 습니까?” 정이사장의 소위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비 판은 길게 이어졌다. 그러나 핵심적 부분만 간단히 정리 해본다. “일제시기에 조선인에게, 조선인 기업에 경제계획 을 세우고 발전을 주도할 그런 국가는 존재하지 않 았지요. 이러한 국가 없는 ‘식민지 자본주의’의 운영 주체는 일본 정부, 조선총독부, 일본 기업이었습니 다. 최근 기업인 중에도 이른 바 ‘뉴라이트’의 주장에 동조하는 경우가 있는데, 국가의 존재 여부가 기업 의 경영환경에 얼마나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지를 모 르는 무지의 소치라고 생각해요. 기업인이 자본주의 사회의 리더로서 실력을 발휘하려면 역사 공부를 해 야합니다. 또 이 지경에 이른 자체가 일단 역사학계 가 자성해야 할 상황입니다.” 역사학계의 자성을 촉구한 점이 주목된다. 역사학 계 내에서 그에 대한 비판이론과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사회교육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비판 이다. 그는 ‘평화의 21세기’를 위한 몇 가지 과제 가 운데, 세계사의 근대 극복은 과거 제국주의국가들 의 식민지배에 대한 과거사 정리로부터 시작돼야 한 역사문제연구소 간행 학술지 『역사비평』·『역사문제연구』(이상 역사문제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