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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정태헌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 15 그러한 연구의 보람이나 의의, 아울러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일제하의 개인소득세정책 연구 (1994년 2월)’를 선정한 의도나 주요 논지를 간단히 설명해주시 라고 했다. “학부 때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명색이 경영학사 아닙니까. 원래 경제사 에 관심이 많아 전공을 바꿔 고 려대 대학원 사학과에 입학하면 서부터 경제사 중심으로 공부를 했지요.” 정태헌 이사장은 유신체제 하의 1977년 대학에 입학한 뒤 1979년에 긴급조치 9호 위반 혐 의로 체포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 다. 사실 이 때 대학가는 공부에 만 집중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나 역사학은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다루는 종합학문이기 때문에 자료를 찾아 직접 연구하지는 않더라도 운동사라든지 다른 영역을 다룬 연구를 계 속 쫓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균형이 잡히고 인식의 폭도 넓어지면서 자기가 파고든 분야에 대해서도 종 합적 체계를 잡을 수가 있지요. 그게 역사학의 장점 이지요.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 들의 맹점이 경제학의 파편 논리에 추상적으로 매몰 되어 엉뚱한 얘기를 하잖아요.” “박사논문 소재로 조선총독부 재정을 택한 것은 작년(2023년 6월 23일)에 고인이 되셨습니다만 , 저 의 지도교수이고 은사(恩師)이신 강만길 선생님이 권 유하셔서입니다. 석사논문부터 다룬 소재였지요. 원 래 강선생님은 제자들이 스스로의 문제의식으로 소 재를 잡으라는 ‘방목’스타일이에요.” “그런데 대학에서 쫓겨난 해직 기간에 『한국근대 사』와 『한국현대사』(창작과비평사, 1984)를 쓰시면 서 답답했던 분야가 조선총독부 재정이었다고 말씀 하셨어요. 큰 학자인 스승께서 권하셔서 해보자 생 각하고 논문 소재로 잡았습니다. 아마 강선생님이 제자에게 논문 소재를 설정해주신 거의 유일한 사례 2023년 12월 15일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에서 열린 정태헌 교수 정년퇴임 고별 강연식  모습(고려대 한국사학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