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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칼럼 • 3대를 가지 못한 7·4남북공동성명: 북한은 냉전 시대의 ‘베를린 장벽’을 쌓고 있다 13 어려움 있더라도 ‘통일의 이상’을 지녀야 그런데 이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김일성 의 손자이고 김정일의 아들로 북한의 최고 권 력자로 자리를 굳힌 김정은(金正恩)이 지난해 연말과 올해 연초를 기점으로 북한의 모든 언 행과 문서에서 ‘통일’이라는 용어를 빼라고 공 개적으로 지시하고, 특히 7 · 4공동성명을 정면 으로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7 · 4공동 성명이 김일성의 뜻을 남조선이 받아들여 성립 되었음을 강조하면서 평양에 세운 7 · 4공동성 명기념탑을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김정은이 통일을 두려워하고 분단을 고정시키려 하고 있음을 웅변한다. 실제로 공 동성명 52주년을 앞두고 군사분계선(MDL) 일 대에 남과 북의 왕래를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그것은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 있던 냉전 시대에, 동독 사람들이 서독으로 탈출하 는 것을 막기 위해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경 계선에 장벽을 세웠던 사례를 연상하게 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한 『동아일보』(2024 년 6월 15일 4쪽)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2024 년 5월부터 휴전선 동쪽과 서쪽 중간 지점에서 장벽을 세우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그 작업은 “대남관계의 완전한 물리적 단절과 함께 탈북 경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 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에 “부자(富 者)가 3대 가기 어렵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디 ‘부자’만일까? 북한 주도의 통일을 성취하려던 김일성의 꿈이 아들까지는 지켜졌으나 3대인 손자에 이르기까지 지켜진 것은 아니다. 북한이 통일의 꿈을 버리고 분단을 굳히려고 한다고 해서 우리도 거기에 따라가서는 안 된 다. 북한판 ‘베를린 장벽’은 반드시 무너질 것 이다. 우리는 여전히 통일의 이상을 지니며, 비 록 어려움이 뒤따르고 더디더라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10일 오후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북한 초소가 임진 강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제공) 북한군이 남북을 잇는 동해선 철도 레일을 철거하는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남북 관계 단절을 선언한 이후 실제 분리 조치에 나선 것이다(동아일보 제공). 1943년 중국 심양에서 태어났다. 현재 단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임 중이다. 필자 김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