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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025년 1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명성왕후(현종 왕비)가 셋째 딸인 명안 공주에게 보낸 편지, 인선왕후(현종 어 머니)가 숙휘공주(딸)에게 보낸 편지 등은 모두 미리 좋은 일이 있다는 예견 의 덕담을 하고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 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명령 투 말이 아니라, 미래의 기쁜 일이 마 치 완료된 것처럼 "마침형(완료형)"으 로 덕담을 했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또 랑광대가 있었다. 또랑광대는 마을의 크고 작은 일 또는 어떤 마당이나 사랑 방 같은 삶의 곳곳을 지키며, 판을 살 리던 감초 같은 존재였다. 우리는 세상 이 보잘것없다고 업신여기는 또랑광대 에게 크게 손뼉을 쳐주어야 한다. 을사 년 새해에는 험난한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우리 모두가 가슴 시원한 살 판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새해를 맞아 생각하는 마침형 덕담과 또랑광대 이제 4357(2024)년 갑진년을 보내고 새롭게 4358(2025)년 을 사년을 맞았다. 을사년은 푸른 뱀 의 해라고 한다. 우리는 새해 첫날 을 ‘설’이라고 부른다. ‘설’이란 말 의 말밑(어원)은 여러 가지가 있지 만 그 가운데 “설을 신일(愼日)이 라 한다”라는 것이 가장 종요로운 얘기일 듯하다. 이 말뜻은 새해가 되면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 하고 가다듬어 한 해를 시작하라 는 것이다. 설날에 정신을 가다듬 는 것이야말로 한 해를 잘 사는 바 탕이 아닐까? 요즘은 양력설을 쇠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연하장만은 양력을 기준으로 연말연시에 주고받는 다. 인터넷의 발달로 종이 연하장 도 차츰 사라지고 모바일 연하장 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은 흔히 듣게 된다. 하지만 “~받으세 요”라는 말은 명령투의 말로써 윗 사람에게 쓰는 것은 올바르지 않 다. 특히 겨레의 큰 명절인 설날, 웃어른들께 하는 세배에서도 “~ 124 2025년 1월 숙종임금이 고모인 숙희공주에게 보낸 마침형 덕담편지(왼쪽, 계명대 소장), 한경(漢經)이 하진백 (河鎭伯)에게 보낸 마침형 덕담편지(오른쪽) 미래의 기쁜 일 기원 ‘마침형’덕담 곳곳에서 판을 살리던 ‘또랑광대’ 새해에는 우리 모두 ‘살판’나는 세상 만들어야 글 김영조(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