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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2024년 10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하는 선비가 이끌곤 했다. 거문고 라는 악기가 합주를 이끌어 가도 록 음악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중국의 악기 ‘금(琴)’은 고대 전 설상 임금인 복희씨(伏犧氏)가 만 들어서 그것으로 마음을 닦고 성 품을 다스려서 하늘이 준 참 자기 의 경지로 돌아가게 했다고 한다. 이 ‘금’이 한국에 와서는 거문고가 되어 그러한 목적을 추구했다. 곧 선비들은 거문고라는 악기를 통 해 인간이 도달하고자 하는 으뜸 경지를 꿈꾸었을 것이다. 그래서 거문고의 규격도 우주를 축약해 놓은 소우주로 생각했다. 속된 사람 대하면 거문고를 타지 않는다 조선 후기 학자 오희상(1763∼ 1833)은 거문고의 명인이었다. 그 는 거문고를 탈 때 다음 다섯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켰다. 곧 “오불 탄(五不彈)”이라 하여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심할 때, 속된 사람을 대할 때, 저잣거리에 있을 때, 앉 은 자세가 적당하지 못할 때, 의관 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때는 절 대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앉은 자세를 바로 하고, 한 2000년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2011년 한국문화사랑협회를 설립하여 한국문화 를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2015년 한국문화를 특화한 국내 유일의 한국문화 전문 지 인터넷신문 《우리문화신문》을 창간하여 발행인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 으로는 《맛깔스런 우리문화속풀이 31가지》, 《하루하루가 잔치로세(2011년 문화 관광부 우수도서)》, 《나눔을 실천한 한국의 명문종가》,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 등이 있다. 필자 김영조 곳을 바라보며, 생각은 여유롭게 하고, 정신을 맑게 유지하며, 운지 법(運指法)을 바로 한(오능·五能) 뒤에야 연주했다. 오불탄과 오능 은 거문고가 옛 선비들에게 사사 로운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악기 이상의 악기’였음을 보여준다. 거문고는 이제 거의 잊혀가는 악기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쩌 면 선비정신이 잊힌다는 것을 말 함이다. 선비란 무엇인가? 선비 라는 말의 말밑(어원)을 살펴보면 ‘어질고 지식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에서 왔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지원은 ‘선비에 대하여’란 글에서 “선비는 아래로 농부나 악공(樂工)과 나란 하고, 위로는 임금과 벗한다. 지위 로는 차이가 없고, 덕으로는 바름 을 추구하는데 한 선비가 독서를 하면 혜택이 온 세상에 미치고, 보 람이 만세에 드리워진다”라고 말 했다. 또 선비는 가난한 생활을 하 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기 쁘게 지킨다는 “안빈낙도(安貧樂 道)”를 즐긴다.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기는 근심을 잊을까 함이려니 춤 곡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거문고 소리가 높았다가 가늘고 가늘다가 높을 때에 당신은 거문고줄에서 그네를 뜁니다.” - 한용운의 <거문고를 탈 때> 에서 선비는 편안한 마음으로 도(道) 를 즐겨 지키는 것인데, 이것은 자 신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기쁘게 함이다. 거문고를 타는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 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환 하게 하는 악기가 거문고가 아닐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