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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사랑방 • 거문고 121 살펴보면 세포의 벽이 얇고 유연 하며, 비중도 0.35에 불과하다. 이 에 견줘 바이올린의 재료인 가문 비나무는 규칙적이며 촘촘한 세 포 구조로 되어 있다. 그 때문에 우리의 현악기는 바이올린에 견 줘 음색이 부드럽다고 한다. 또 울림통 재료가 되는 나무 무 늬의 형태도 소리에 큰 영향을 끼 치는데, 좋은 가야금과 거문고는 일반적으로 국수무늬 나무를 쓴 울림통이다. 국수무늬는 늙은 나 무의 가운데 부분을 긁어낸 목재 가 아래로 쭉 뻗은 무늬를 갖고 있 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늙은 나무 층을 긁어내면 연주된 소리 가 없어지지 않고 대부분 반사되 기 때문에 공명 현상이 극대화되 어 소리가 증폭되고, 풍부한 연주 를 할 수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현악기들 은 정밀한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 로 울림통 구조, 재료가 되는 나무 의 세포 형태, 국수무늬 등이 어울 려 아름다운 소리를 빚어내는 것 이다. 선비들, 거문고를 통해 참 자기 를 꿈꾸었다 옛 선비들은 거문고와 함께 한 삶이었다. 선비들은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에서 시(詩)ㆍ서(書) ㆍ금(琴, 거문고)ㆍ주(酒)로 노니 는 것을 풍류라 하여 삶의 중요 한 영역으로 삼았다고 한다. 선 비들이 혼자 즐기는 풍류에서는 거문고가 으뜸이었고, 이 거문 고 음악에 간단히 시를 얹어 읊 곤 했다. ‘황진이’란 드라마에서 도 벽계수 대감이 거문고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어째서 선비들 은 이렇게 거문고를 끼고 살았을 까? 《양금신보》를 비롯한 많은 고 악보에는 “금자악지통야 고군자 소당어야(琴者樂之統也 故君子 所當御也)”라는 글귀가 있다. 그 뜻은 “거문고가 음악을 거느리 는 악기므로 군자가 마땅히 거느 리어 바른길로 나가게 한다”라 는 뜻이다. 이 말은 거문고를 ‘백 악지장(百樂之長)’이라고 하여 가장 귀하고 중요한 악기로 여기 는 것과 같은 뜻이다. 동국대학교 전통예술대학원 고 최종민 교수는 “거문고는 줄 풍류에서 가장 중요한 악기로 쓰 이고, 늘 합주를 이끌어 가는 구실 을 한다. 또 실제 전통사회에서는 피리나 젓대를 하는 잽이들이 전 문음악인이고, 거문고를 하는 풍 류객들은 아마추어 음악인이었는 데도 풍류를 할 때에는 거문고를 이경윤의 ‘월하탄금도(月下彈琴圖)’, 견본 수묵, 31.2x24.9cm,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 국가무형문화유산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보 유자 이재화 명인의 연주 모습 제44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 상을 받은 노문환의 거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