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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 호남의병 백일장 최우수작 121 를 지배하려 들어도, 우린 잡초처럼 끈질 기게 살아남아 민족의 정신을 지켰다. 아 무리 뽑혀도 독약을 받아도 짓밟힘을 당 해도 우린 꿋꿋하게 일어섰다. 우리들의 정신을 후대에게 이어야 했다. 후대의 미 래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나의 노력으로 인해 현재의 삶을 망치 게 되었어도 우리에겐 미래가 남아 있었 다. 후대를 생각하며 그 모진 수모들을 견 뎌낼 수 있었다. 인간은 그런 존재였다. 희 미한 기대에 모든 것을 바치는 무모한 도 박쟁이들이었다. 지금 내가 뽑아야 할 칼 을 보며 부디 후손들은 칼이 아닌 붓을 들 길, 연필을 들길, 종이에 써내려 가기를 빌 어야 했다. 붓이 아닌 칼을 뽑아야 하는 이 세상에게 원망을 남기고 정신을 남겼으 며 미래를 남겼다. 뿌리는 단단해졌다. 잡 초는 더 이상 뽑을 수 없었다. 잘 가꾸어졌 다고 생각했던 화단은 잡초들의 서식지였 다. 잡초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자신들의 터전을 지켜냈다. 이어짐의 결정체였다. 푸른 하늘 아래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 는 우리들은 과거의 뜻을 이어 연필을 들 고 있다. 종이에 지식들을 적어내고 더 이 상 칼을 뽑지 않았다. 그러나 우린 점차 과 거의 정신을 잊기 시작했다. 미래를 지키 기 위해 모두가 칼을 들고 맞서 싸웠던 과 거를, 잡초들의 반항을, 이어짐의 결정체 를 서서히 기억 속에서 지워가고 있었다. 인간은 언제나 죽는다. 그 사실은 어린 꼬마 아이도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었 다. 아무리 세상이 나를 등지고 있어도 나 는 언젠가 사라질 존재였으며 죽음을 맞 이할 생명체였다. 그렇지만 선조들은 우 릴 포기하지 않았다. 미래를 그려 나갔다. 두려움에 맞서 싸웠다. 일제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자신이 한없 이 불쌍해지면서도 우리의 새싹들이, 미 래들이 똑같은 수모를 겪을 생각을 하면 견딜 수 없었다. 칼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 갔다.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것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미래를 위한 달리기였다. 내려둔 삶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에게로 이어졌다. 우리는 이 어가야 한다. 민족의 정신을, 가슴 아픈 그 날의 과거를. 잡초 같은 우리는 끈질기게 기억해 지켜야 한다. 어둠에 현혹되어서 는 안된단 말이다. 주먹을 쥐고 하늘 아래를 바라보자. 선 조가 지켜온 것들이자 앞으로 우리가 지 켜내야 할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우린 끈 질기게 살아남아 고결한 민족정신을 지켜 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잡초는 완전히 사라지 지 않는다. 이어짐은 계속된다. 우리들의 외침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