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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2024년 11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대작 국보 ‘세한도(歲寒圖)’를 그린 서 예가이며 대학자인 추사 김정희는 제 주도 유배 때 다리를 제대로 뻗을 수조 차 없이 좁은 것은 물론, 거미와 지네 가 기어다니는 방 안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추사는 화가 날 때나, 외로울 때, 슬프고 지치고 서러움이 복받칠 때 도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썼 다. 추사의 가장 뛰어난 걸작품이라는 ‘세한도’도 이때 그렸고, 추사체라 불 리는 추사의 독창적인 서체도 이때 완 성되었다. 추사에게는 유배가 힘든 때 였겠지만 결코 추사는 이 시간을 헛되 이 보내지 않았다. 추사와 초의선사가 꽃피운 우정이 시대를 초월하여 은은 하게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추사 유배지에서 느끼는 삶의 향기 제주도 대정 김정희, 대정으로 9년간 유배돼 가을 제주의 하늘이 유난히 푸 르고 높다. 마침 행사가 있어 제주 에 온 김에 약간의 여유가 있어 대 정(大靜)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공항에서 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대정에는 ‘추사유배지’가 있는 곳 으로, 지금은 ‘추사기념관’이 번듯 하게 들어섰지만, 나는 기념관 뒤 편 초가집 ‘추사유배지’부터 들르 는 습관이 있다. “국청(鞫廳, 조선 때, 역적 등의 중죄인을 신문하기 위하여 임시 로 설치했던 관아)에서 가두어둔 죄인 김정희(金正喜)를 대정현(大 靜縣)에 위리안치(圍籬安置)하도 록 하라.“ 《헌종실록》 7권, 헌종 6 120 2024년 11월 제주 대정, 추사유배지 들머리의 추사 김정희  동상  사진상으로는 초가집 규모가 제법 커 보이지 만, 실물은 아주 작은 초가집 3채가 ㄷ자로 놓 여있다. 왼쪽은 집주인 강도순의 집이고 가운 데가 추사가 머물던 집이며 오른쪽은 추사가  마을 아동들을 가르치던 곳이다. 동갑내기인 추사와 초의선사는 지금 밀랍인 형으로 남아있지만, 이들의 우정을 보여주는  향기는 영원하다.  추사 김정희, 제주도 대정으로 유배돼 김정희와 초의선사, 종교 초월해 우정 나눠 역경에서 추사체 완성 등 정진 글  김영조(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