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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한말 호남의병 백일장 최우수작 120 2024년 9월 정성스레 가꾼 화단에 잡초가 자라났 다. 잡초는 아무리 뽑아내도 다시 자라나  귀찮게 했다. 인간은 그런 존재였다. 끈질 긴 생명력을 지닌 잡초 같은 존재. 우린 이 어짐을 받아오는 존재였다. 이어짐이란 무엇일까. 불사를 꿈꾸지 만, 수명의 끝은 정해져 있다. 죽음은 모든  생명체 앞에서 평등했다. 인간에게 또한  그러했다. 죽음 앞에선 한없이 나약해지 는 존재였다. 내가 살아온 삶을 죽음 앞에  내려두고 서서히 맞이해야 했다. 거스를  수 없는 순리였다. 내려둔 나의 삶은 어디 로 가는 걸까. 죽어 부패한 나의 시신과 함 께 태워지는 걸까. 영원히 사라지는 것일 까. 그럼 우린 어차피 죽을 운명이니 열심 히 살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닐까. 가끔은 삶 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면 이 세상을 원망 하곤 했다. 끝없이 미워하고 저주했다. 그 러나 세상은 내가 퍼붓는 욕설은 들리지 도 않는다는 듯 잘만 돌아가고 있었다.   과거는 현재이자 미래였다. 과거의 사 람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세상에 남기고  죽음을 맞이했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그  인생을 받아들인다. 우리의 인생은 미래 에게 넘길 것이다. 인간은 이어짐의 결정 체였다.  아마 세상을 원망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구의 땅을 밟은 그동 안의 모든 생명체들의 원망을 고스란히  받아왔을 것이다. 내성이 생긴 세상은 고 작 나 따위의 원망에 굴하지 않았다. 인간 은 언젠가 죽을 것이고, 원망은 끝이 있었 다. 정말로 끝이 있을까. 우린 이어짐의 결정체였다. 살아온 나 의 정신을 후대로 넘기는 나약한 생명체 였다. 한정된 수명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되어 있었다. 우린 그 정신을 그 대로 잃을 순 없었다. 잊힐 수 없었다. 남 겨야 했다. 한말 호남의병은 인간이 이어짐의 결정 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선조로 부터 이어져 온 정신을 그대로 실현 시킨  것이었다. 이어짐은 또 진행되어 지금의  우리에게로 전해졌다. 언젠가 우린 미래 에게 선조들의 정신과 우리들의 삶을 전 해야 한다. 화단을 가꾸듯이 일제가 우리 잡초의 정신 박환희(해남고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