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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2024년 3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곧 장가드는 것을 말한다. 예전엔 혼인예식을 치른 다음 신붓집에 서 당분간 사는 ‘처가살이’를 한 흔적이다. 다시 말하면 ‘결혼’에서 는 ‘장가가다’라는 뜻만 들어 있지 ‘시집가다’란 뜻은 없다. 대신 ‘혼인(婚姻)’은 ‘장가가다’ 란 뜻의 ‘혼’에 더하여 ‘사위의 집’ 곧 ‘시집가다’란 뜻을 지닌 ‘인’이 더해져 완전한 뜻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신부의 처지에서 신랑의 ‘장가가다’란 뜻만 담긴 ‘결혼’이 란 말은 적절하지 않다. 합환주와 표주박 혼인 예식에서는 신랑신부가 합환주를 마신 다. 이 합환주를 따라 마시는 그 릇이 바로 표주 박이다. 표주박은 조롱박이나 둥 근 박을 절반으로 쪼개어 만든 작 은 바가지를 말한다. 표주박은 음 력 8월 무렵 추수가 끝나고 첫서 리가 내릴 즈음에 농가의 지붕 위 에 놓인 둥근 박이나 길쭉하면서 중간이 잘록한 호리병박을 반으 로 타서 삶은 다음에 껍질을 말려 만들었다. 표주박은 이규보(李奎報)가 쓴 《동국이상국집》에 “쪼개면 표주 박이 되어 차가운 음료 퍼내고”라 고 하였듯이 흔히 물을 퍼내는 데 쓰였는데, 전통혼례에서 신랑신 부가 술을 나눠 마시는(합근례) 그 릇으로 쓰였다. 이때 쓰는 술잔은 작은 박을 쪼갠 ‘합환주잔’인 데, 이 잔에 술을 담았을 때 쏟아지지 않게 하려고 작은 소반 위에 잔을 걸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놓은 상이 바로 ‘합환주상’이다. 구멍이 두 개인 ‘합환주상’과 달리 그저 구멍이 하나 뚫린 것은 ‘잔상’이라 고 한다. 겨레의 슬기로움이 돋보 이는 ‘합환주상’은 참 재미난 상이 다. 그래서 딸을 시집보낼 때가 되 면 애박(작은 박)을 심는 풍속이 있었다. 그런데 애박이 담장을 타고 올 라가면 마을 총각들이 담 너머로 이 집 딸을 훔쳐보았기에 ‘애박 올 리면 담 낮아진다.’라는 재미있는 속담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 전통 혼례에 쓸 표주박은 애박을 반으로 쪼개어 예쁜 쇠고리를 달아 만들었 다. 신랑신부가 함께 마신 뒤 그 두 상 바닥에 구멍이 두 개 뚫린 합환주상 표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