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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2023년 11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악기 하나 잡아보지 않은 초보자 징채를 잡다 풍물굿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한 가지 더 있다. 오래 전 한 시골 마을의 추수감사제에 참여한 적 이 있다. 그때 마을 아주머니들은 양동이에 막걸리를 담아 돌아다 니면서 사람들에게 막걸리를 한 잔씩 마시게 했다. 한 서너 순배쯤 돌자, 사람들은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고 흥이 나 시끌벅적한 마당 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다 가오더니 내게 징채를 쥐여 주며 징을 쳐보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그때까 지 한 번도 풍물 악기를 제대로 만 져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누구나 쉽게 칠 수 있으니 한번 쳐보란다. 할 수 없이, 사실은 적당히 취기 가 오른 나의 객기에 결국은 엉겁 결에 징채를 잡았다. 아마도 술기 운이 아니었으면 그때 징채를 잡 는 일은 상상할 수가 없었을 것이 다. 꽹과리, 장구 등 치배들의 뒤 를 따라다니며 연신 징을 울려댔 다. 정말 흥겨웠다. 평생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적도 별로 없었던 듯하다. 만일 이것이 서양 음악이었다 풍물굿에 쓰이는 악기들. 꽹과리, 장구, 징, 북, 소고, 태평소(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태평소 연주를 하는 최경만 명인 꽹과리 연주를 하는 정통 남사당의 후예 지운하 명인 “저는 사실 아버지의 그 말씀을 기대했었어요. 이미 마음속으론 결심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없었 거든요. 이제 홀가분합니다. 내일 학교에 가면 선생님께 분명히 말 씀드리겠어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니?” “아니 이렇게 아버지와 생각이 같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자신이 생겨요. 걱정하지 마세요. 차라리 풍물굿을 더 배우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진실을 지켰다는 것을 자 랑스럽게 생각할래요.”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아이가 벌 써 이렇게 크다니. 이런 어려운 상 황에서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하 고 당당할 수 있다니 정말 뿌듯한 감정이 북받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