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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사랑방 • 주름이 아름다운‘철릭’ 119 을 호위할 때 입는 융복(戎服)이었 으나, 점차 일상에서 입는 평상복 이 되었다. 철릭은 시대에 따라 윗 도리와 아랫도리의 비율, 주름을 처리하는 방법, 소매의 모양에 변 화가 있었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윗도리와 아랫도리의 비율이 거 의 같았으나, 후기로 갈수록 아랫 도리 쪽이 길어졌다. 또 임진왜란 이후에는 소매 폭이 점차 넓어지 고 촘촘했던 허리 주름의 간격이 넓어졌다. 우리는 이러한 옷의 변 화를 보고 철릭의 제작 시기를 구 분한다. 이렇게 시대별로 변한 철릭은 여성 저고리 길이가 변해온 것과 같다. 참고로 조선 초기인 1580 년 청주 한씨의 덧저고리 길이는 무려 81cm나 되어 엉덩이까지 내려갔는데, 1670년대의 누비 삼 회장저고리를 보면 42cm로 짧아 진다. 그러던 것이 조선 후기로 오 면 극단적으로 짧아졌다. 1780년 청연군주의 문단 삼회장저고리는 19.5cm이며, 구 한말 1900년대 에 아주 짧아진 저고리는 길이가 12cm밖에 안 된 것도 있었는데, 이렇게 한복은 철릭을 포함하여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남자가 입는 옷 철릭, 실용과 맵시를 더하다 조선 초기의 철릭은 비상시에 옷을 빨리 입 을 수 있고 활동하기 편 하게 고안된 실용적인 옷이었다. 한쪽 또는 양 쪽을 매듭단추로 연결하 여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고, 아랫도리는 짧게 만들어 이동할 때 불편 함이 없도록 했다. 그러 나 임진왜란 이후로 아 랫도리 쪽은 더욱 길어 지고,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었던 실용적인 소 매의 기능은 사라졌다. 초기에 정교한 잔주름 이었던 허리주름은 간격이 점차 넓어져서 서양의 플리츠(pleats), 곧 주름치마와 비슷한 형태도 나 타난다. 소매는 밑 부분에 생긴 곡 선으로 더욱 넓어지며 화려한 무 늬의 옷감을 사용하는 등 많은 변 화가 있었다. 곧, 주름 때문에 풍 성해진 형태와 색깔, 직물의 종류 가 아름다움으로 강조된 것이다. 철릭의 가장 큰 특징은 위와 아 래를 따로 마름질하여, 바느질할 때 허리 부분에 주름을 넣은 것이 다. 우리가 흔히 입는 서양식의 플 리츠(주름) 치마를 떠올릴 수 있 다. 플리츠는 아코디언의 주름처 럼 작고 촘촘한 주름을 뜻한다. 아 주 좁거나 또는 넓은 직사각형의 일정한 유형이 반복되는 디자인 이라 옷의 장식으로 많이 쓰였다. 철릭의 주름은 원래 활동성을 위해 부분적으로 넣었던 것이나 허리의 주름 때문에 옷자락이 풍 성해져서 맵시를 한층 더해준다. 주름의 너비는 시대에 따라 다양 구름과 보배무늬철릭(雲寶紋緞帖裏)의 구름무늬, 조선 16세기 중~16세기 초, 길이 113.0cm, 화장 120.0cm(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남철릭(藍天翼), 합성섬유, 등길이 127cm, 품 54cm, 화장 141cm(국립민속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