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page

우리문화 사랑방 • 가마솥 누룽지 119 이는 최자영 시인의 ‘누룽지가 되다’ 시 전문이다. 시인은 누룽지 를 “특별할 것 없는 맛으로 납작 엎드려 고소함을 온몸 가득 지닌 채 / 웃는 듯 마는 듯 미소짓는 노 인”이라고 표현한다. 이어서 “숱 한 말이 들어설 구석은 없으니 / 입 닫고 납작 엎드려 / 은은한 여 운이 남는 누룽지가 되다”라고 노 래한다. 누룽지를 노인과 견주는 게 재미있다. 그런가 하면 수필가 신영인은 《시와 반시》 2023 여름호에 누룽 지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쌀의 일생, 그 끄트머리에 누룽 지가 있다. 쌀을 씻어 불에 올리 면 30분 남짓의 시간 동안 밥솥 은 쌀이 지나온 시간을 냄새로 풀어낸다. (가운데 줄임) 마침내 뚜껑을 열면 반들반들 윤이 나는 어린 이마부터 눌리고 색이 바 랜 누룽지까지 쌀의 한 생이 솥 안에 빼곡히 들어앉아 있다. 흠 집 하나 없이 희고 맑은 밥의 정 수리는 언제나 기특하고 벅차 다. 그러나 내게 그리운 것은 따 로 있다. 온전한 밥을 다 퍼낸 바 닥에 눌리고 꼬부라진 몸, 그것 은 어린 밥풀을 업은 채로 낮아 질 수 있는 가장 아래로 아래로 내려 가다가 자기 몸마저 무너 뜨려 바닥에 엎 드 려 있 다. 오체투 지의 모습이 다. 밑바닥 의 누룽지를 긁 어 놓 으 면 우멍한 눈으로 세월을 퍼 담 고 있는 노인의 얼굴이다. (가운 데 줄임) 누룽지를 겨우겨우 일 으켜 눌은밥으로 끓이는 일은 사 연 많은 한 생을 구슬려 그의 자 서전을 읽으려는 시도 같다. 그 래서 누룽지를 끓일 때마다 마음 은 낮아지고 젓는 손길은 공손해 진다.” 누룽지 속에서 이러한 철학적 인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놀랍다. ‘누룽지를 끓일 때마다 마음은 낮 아지고 젓는 손길이 공손해진다.’ 라고 하는 표현은 마치 누렇게 익 은 벼 이삭이 고개를 수그리는 것 처럼 겸손한 인격체를 말하는 듯 하다. 가마솥에서 누룽지를 긁을 때 나는 냄새는 일품이었다 ‘누룽지’를 사투리로는 ‘깜밥’, ‘깐밥’, ‘깡개밥’, ‘깡개’, ‘누룽갱 이’, ‘가마치’ 등으로 다양하게 부 른다. 누룽지를 새까만 가마솥에 서 닥닥 긁을 때 퍼져 나오는 구수 한 냄새는 가히 일품이었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 면 누구라도 어머니가 손에 한 줌 쥐여 주던 누룽지의 그 구수한 맛 을 잊지 못할 것이다. 또한 누룽지 에 물을 붓고 끓여 만드는 숭늉의 구수함을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 전기밥솥의 등장으로 이제는 가정에서 누룽지를 먹고 숭늉 마 시기가 쉽지 않다. 이를 두고 한 누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