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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사랑방 • 옛사람들이 즐긴 향 생활 119 이렇게 김춘수는 꽃을 노래한다. 세상의 향기 그는 빛깔과 향기가 있는 꽃 을 노래한다. 빛깔과 더불어 향 기가 없으면 꽃이 아니란다. 이 런 향기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어 떤 의미일까? 어떤 사람은 살짝 스치는 여인의 머리에서 나는 향 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샤넬 number9”를 좋아하고, 어떤 사 람은 어머니의 젖냄새를 좋아하 고, 어떤 사람은 커피향을 좋아하 고, 어떤 사람은 아카시아향을 좋 아한다. 세상엔 참으로 향기가 많다. 꽃 향기가 있는가 하면 풀향기가 있 고, 그런가 하면 음악의 향기가 있다. 숲향기, 자연의 향기, 보랏 빛 향기, 천년의 향기, 여름 향기, 고향의 향기, 흙의 향기, 절의 향 기, 신록의 향기, 연인의 향기, 소 주의 향기, 전통의 향기, 문학 향 기, 입술의 향기, 아기의 향기, 먹 향기, 누룽지 향기가 있는가 하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나눔의 향기 도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저녁 무렵 굴뚝 에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부엌 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그때 어머 니가 새까만 가마솥 뚜껑을 열면 풍겨오던 구수한 밥냄새를 잊을 수가 없다. 그 향기는 나를 한없이 행복하게 했으며 어머니 냄새와 함께 이 세상에 어떤 부러울 필요 가 없는 한순간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소나무 장작 냄새 가 좋았으며, 솔가지를 분질러 아 궁이에 불을 때고 나면 손은 송진 이 묻어 새까매졌지만, 송진냄새 는 싫지 않았었다. 또 어머니가 홍 두깨로 옷을 두드릴 때 나던 무명 옷감 냄새는 지금도 아련하다. 이렇게 세상엔 향의 천지다. 향 기가 없으면 악취라도 나는 것이 세상이다. 누가 악취를 좋아하랴. 사람들은 예부터 향과 함께 생활 해 왔다. 그 예는 경복궁에서도 찾 을 수 있다. 경복궁 안에는 1867년 고종이 ‘건청궁’ 남쪽에 못을 파 향원지(香 遠池)라고 이름 지은 작은 연못이 있고, 못 가운데 섬처럼 떠있는 향 원정(香遠亭)을 만날 수 있다. 또 정자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는 취 향교(醉香橋)라고 해서 이곳은 온 통 '향기'의 세상이다. 옛사람의 향 생활 우리 선조들은 선비가 사는 집 을 '난 향기가 나는 집'이라는 뜻 의 난형지실(蘭馨之室)이라고 하 였으며, 예로부터 선비들은 차를 마시며, 그림을 걸고, 꽃을 꽂는 일과 함께 운치 있는 4가지 일(4 예:四藝)로 향을 피우고, 즐겼다. 심신수양의 방법으로 거처하는 방안에 향불을 피운다고 하여, 분향묵좌(焚香默坐)라는 말도 있 었다. 옛 여인들 역시 몸에선 항상 은 은한 향이 풍겨 나왔고, 향수, 향 로제조기술은 어진 부인의 자랑 스러운 덕목이었다고 한다. 기원후 1세기 무렵 만들어진 평 양 석암리 9호 무덤에서는 여러 가지 껴묻거리(부장품)가 나왔지 만, 그 가운데는 박산로(博山爐)도 있었다. 박산로는 제일 아래쪽의 받침대[承盤], 받침대와 향로를 이 어 주는 기둥[爐柱], 그리고 제일 위쪽의 향로 세 부분으로 구성된 향로다. 따라서 기원후 1세기 무 렵에는 이미 향로를 쓰고 있었음 을 알 수 있다. 또 1993년 12월 12일 발굴된 국보 ‘백제금동대향로’는 신선(神 仙)이 사는 도교의 이상세계를 표 현한 백제 향로다. 맨 위의 봉황 과 몸체 그리고 용 받침대까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