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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2023년 8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직녀가 타고 갈 수레를 씻는 ‘세거 우(洗車雨)’라고 하고, 칠석 당일에 내리면 만나서 기뻐 흘린 눈물의 비라고 하며, 다음 날 새벽에 내리 면 헤어짐의 슬픔 때문에 ‘쇄루우 (灑淚雨)’라고 한다. 칠석날 부인들은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 놓거나 우물을 퍼내 어 깨끗이 한 다음 시루떡을 놓고 식구들이 병 없이 오래 살고 집안 이 평안하도록 칠성신에게 빌었 다. 또 처녀들은 견우성과 직녀성 을 바라보며 바느질을 잘하게 해 달라고 빌었는데 이것을 ‘걸교(乞 巧)’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칠석 날에는 시집가는 날 신랑 신부가 같이 입을 댈 표주박을 심고, ‘짝 떡’이라 부르는 반달 모양의 흰 찰 떡을 먹으며 마음 맞는 짝과 결혼 하게 해달라고 비는 풍습이 있었 기에 칠석을 ‘토종 연인의 날’이라 고도 한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에서는 이날을 떡의 날 · 연인의 날 ‘견우직녀의 축제’를 열고 있다. 참고로 칠석 말고도 24절기 경 칩과 정월대보름을 ‘토종 연인의 날’이라고 한다. 경칩에는 처녀, 총각들이 밤이 되면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은행 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은밀히 은행 을 나누어 먹고,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에 있는 수 나무 암 나무 를 도는 사랑놀이로 정을 다지기 에 토종 연일의 날로 꼽힌다. 또 정월대보름 역시 미혼의 젊은 남 녀가 탑을 돌다가 눈이 맞아 마음 이 통하면 사랑을 나누는 날이기 도 하다. ‘토종 연인의 날’을 잊은 요즘 세태 요즘은 이런 토종 연인의 날을 잊은 지 오래고 대신 ‘밸런타인데 이’와 ‘화이트데이’에 연인들끼리 선물을 주고받지 않으면 큰일 나 는 것처럼 여긴다. 밸런타인데이 는 1958년 일본 모리나가제과에 서 ‘이날 하루라도 여자가 남자에 게 자유로이 사랑을 고백하게 하 자’는 운동(캠페인)을 하면서 교 묘하게 초콜릿을 사서 선물하도 록 유도한 날이다. 또 화이트데이 는 역시 모리나가제과에서 매출 을 늘릴 목적으로 만든 날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제 ‘다이어리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키스데이’, ‘실버데이’, ‘그린데이’, ‘포토데이’, ‘와인데이’, ‘무비데이’, ‘허그데이’ 는 물론 옐로우데이, 할로윈데이, 빼빼로데이처럼 온갖 데이가 판 을 친다. 모두가 외국 국적 또는 국적 불 명의 날이거나 상술로 얼룩진 그 런 날이다. 연인들끼리 선물을 주 고받으려면 이런 데이 대신 ‘토종 연인의 날’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칠석날이야말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진정한 의미의 ‘연 인의 날’이라는 생각이다. 칠석날에는 별과 조상과 자연 경칩날, 은행을 나눠 먹고, 은행나무를 돌며 사랑을 확인했다 (그림 이무성 작가). 대형마트 등 쇼핑몰에 서 ‘밸런타인데이’를 맞 아 벌인 초콜릿 이벤트 선전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