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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우리 것들 • 남한산성 117 작년 늦가을, 집에서 나와 버스 를 타고 마천동 종점에 내려 남한 산성 서문을 향해 올라갔다. 나무 들은 단풍이 들어 절정을 이루었 다. 어떤 나무는 이미 잎이 반은 떨어져 앙상하기까지 하였다. 숨 이 조금 차면 나무 밑에 앉아 그늘 과 놀고, 바쁠 것 없으니 쉬엄쉬엄 올라갔다. 경사지에는 전에 없던 계단을 만들고, 등산객이 올라가 기 쉽도록 등산로가 많이 정비되 어 있었다. 아내와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올라가느라 서문까지 올 라가는데 거의 1시간은 걸린 것 같다. 서문(우익문 右翼門)에 다다르 니 성벽에 여기저기 깃발을 내다 걸어 산성의 분위기를 고조시키 고 있었다. 산성에는 깃발이 있어 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했던 터라 문화재를 관리하는 손길이 고맙 기까지 하였다. 청량산을 끼고 앉 은 남한산성은 성보다는 산에 가 깝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이 천 혜의 요새에 몽진하여 항전한 흔 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성 안 곳곳에는 절과 사당이 흩어져 있 어 영험한 산세를 짐작할 수 있다. 나무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다. 모두가 전에 없던 새로운 것들이 다. 입장료를 받는 매표소가 없 어 지고 무료로 개방이 되니 시민들 의 공원이 된 셈이다. 소나무 사 이로 굽은 길을 따라 ‘수어장대’에 이르렀다. 남한산성의 가장 대표 적인 문화재로 1624년 남한산성 을 축조할 때 지은 5개의 수어장 대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소 중한 건물이다. 잠시 수어장대를 바라보니 남한산성의 위용을 느 낄 수 있었다. 바깥쪽에 위치한 편 액(扁額)에 ‘수어장대(守禦將臺)’라 쓰여 있고, ‘무망루(無忘樓)’라는 편액은 수어장대 오른편에 보호 각을 지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 발치에 한강 두르고 솟아오른 남한산성 성채를 굽이돌아 아픈 기억 저편에는 북풍에 깎여 무너진 인광들이 번득인다 홑처마 청량당은 굳게 잠겨 말이 없고 무망루 등 돌려 앉아 반쪽 하늘 바라본다 새하얀 억새꽃 무리, 안개 속을 떠도는데… 수어장대 팔작지붕 비상을 꿈꾸는가 추녀 끝 웅크린 저 수막새도 불러세워 해빙의 아침을 연다, 물안개를 걷어낸다 ― 「남한산성 수어장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