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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2023년 5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순국 역사기행 에 소속 농장으로 옮겼다가 다시 이전했다. 연추에서 3km쯤 떨어 진 곳, 교통이 좋은 구릉지대이다. 포시에트 항구의 옛 무기들 옛날의 연추 포구인 포시에트 항을 찾아갔다. 그림처럼 아름다 운 포구인데 석탄 전용 부두로서 선거(船渠)에는 접근할 수가 없었 다. 항구 위 밋밋한 경사지에 러시 아인들의 목조 바라크들이 숨은 듯이 앉아 있고 그 밑자락은 바다 이다. 풀숲 가운데 웬 소형 전차와 야포가 놓여 있다. 그 옆에 서 있 는 건물이 ‘포시에트 박물관’이라 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문은 굳 게 잠겨 있었다. 주 민들에게 물어보 니 사설 박물관에 몇 점의 발해 유물 이 있다고만 했다. 이 포구는 우리 유민들이 배를 대고 상륙해 삶의 터전을 일구었을 것이라고 어렵 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발해 왕국이 쇠망한 뒤 천 년 동안 임자 없이 버려진 포구였을 것이기 때 문이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작은 포구가 바다를 향해 나 있고 논농 사 밭농사는 물론 과 수원도 충분하게 있 었음직한 아름다운 항구. 우리 선열들이 어렵지 않게 터를 일 구고 부를 축적해 낙 토로 만들었을 것 같 은 좋은 땅이었다. 이 정도의 땅이라면 모국 진공을 감행할 의병대도 만들고 독 립투쟁 자금도 넉넉 하게 갹출했을 것 같 은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우리 유민들의 흔적은 없었다. 강제이 주 열차에 실려 단 한 사람도 남김 없이 중앙아시아로 끌려갔기 때 문이다. 젊은 날, 이동휘(李東輝)가 레닌을 면담했을 때 통역으로 참 가해 ‘탁월한 청년 지도자’라고 레 닌의 극찬을 들었던 김아파나시 는 이 지역을 모범적인 집단농장 으로 만들었으나, 강제이주 직전 일제의 밀정이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총살형을 당했다. 인천고, 동국대학교 국문 학과 졸업. 현대문학 장 편소설 공모 당선으로 등 단. 분단 주제 소설들을 주로 썼으며 독립투사들 평전도 썼다. 소설집 『훈 장과 굴레』 · 『황해』 · 『천 사의 날개』 · 『마지막 무관생도들』 등, 평전 『약산 김원봉』 · 『김산 평전』 · 『조봉암 평전』 · 『김경천 평 전』 · 『민족혁명가 김원봉』 등을 출간했다. 동국대 겸임교수로서 오랫동안 소설을 강의했다. 필자 이원규 연추 가까운 곳에 옮겨진 단지동맹 기념비  포시에트 항구와 언덕의 옛 무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