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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일기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① 105 로 감사한 일이지만, 실로 법도 있는 집안의 범절이 아니고서는 …. 보고 느끼기에 …. 26일 주소(舟所=부근 지명)에서 소를 잡는다고 하여, 아들이 가서 너덧 근을 사왔다. 가족 모두 함께 먹고서 고단에 시달렸던 피로를 보충했는데, 손자 창 로는 뒤에 오느라 같이 먹지를 못하니 먹을 때마다 생각이 났다. 27일 눈. 이 지역은 한대지방에 가까운데, 눈 추위까지 덮쳤 다. 화로를 끼고 냉기를 쫓아보아도 견디기가 어려워 진다. 더구나 담요와 요와 이불 등을 서울 집에 남겨 두고 오는 등, 하는 일이 찬찬하지 못하고 거칠고 엉 성하기만 하니, 후회한들 소용이 없구나. 28일 맑음. 손부(孫婦, 손자부인)가 조금 산고(産苦)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여운 생각과 두려움으로 밤새 잠 을 이루기 어렵다. 29일 (손부에게) 갑자기 부기가 생겼다. 아랫도 리가 더욱 심해 다리를 들 수가 없으니, 이것이 무슨 증상이란 말인가? 아이를 이건승 주사에게 보내어 화제(和劑=약방문)를 물어서, 연달아 다섯 첩을 대보 탕과 함께 썼다. 30일 부기가 도리어 심해져 앓는 소리가 창밖 까지 들린다. 잔약하고 가여운 정상을 말로 다할 수 가 없다. 그 시어미는 머리를 감고 삼신에게 비는데 심지어 손이 얼어 터졌다. 가엽고 안타깝기 그지없 다. 비로소 집을 떠난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하였지만, 다시 돌이킬 수는 없다. 한스럽고 한스럽다.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고려대에서 경제학 · 정치학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율곡 연구로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 임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감사를 맡고 있다. 시대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풀어낼 지혜를 지나간 역사에서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면암 최 익현 선생의 5대손이다. 필자 최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