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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역사기행 • 서울, 독립운동과 역사의 현장을 가다 ① 105 이기도 하다. 이회영기념관 2층에 는 부인 이은숙(1889-1979)의 독 립운동도 전시되어 있다. 남산, 우리의 정신까지 지배하고 자 했던 일제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 일제 당국은 남산에 신사(神社) 를 여럿 세웠다. 한국통감부와 조 선총독부가 있던 자리 위쪽 남산 자락에는 경성(京城)신사와 노기 (乃木)신사가 있었고, 남산의 중심 부에는 조선신궁이 있었다. 후암 동 방면 자락에는 경성호국신사 도 있었다. 이들 신사는 경성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을 위한 종교시 설이라는 측면도 있었지만, 당연 히 조선인의 정신을 지배하고자 하는 수단 역할도 했다. 남산은 이렇듯 일제강점기 일 제 침략세력이 한반도를 지배하 던 핵심 장소였음에도 친일 인사 들을 기리는 여러 시설이 지금도 설치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건 물의 입구에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극작가 유치진 의 흉상이 설치 되어 있다. 옛 중앙정보부장 ( 안 기 부 장 ) 의 공관을 리모델 링하여 들어선 ‘문학의 집 서 울’에는 건물 외벽에 한국을 대표 하는 시인 5명을 선정하여 그 문 학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친일 문학인 서정주와 유치환도 포함 되어 있다. 「마쓰이 오장 송가」, 「징병 적 령기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 게」 등으로 유명한 서정주는 지난 2009년에 정부가 친일반민족행 위자로 규정한 인물이다. 생명파 시인 유치환은 만주에 거주할 당 시 『만선일보(滿鮮日報)』에 「대동 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를 기고 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의 대표 시 중 하나인 「수(首)」에 등장하는 ‘비적의 머리’는 효수당한 항일투 쟁가의 머리를 지칭한다는 지적 을 받고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 ’을 조성하면서 하필 친일반민족행위 자 윤택영과 윤덕영의 가옥을 옮 겨와 대표적인 한옥으로 소개하 고 있는 현실도 많은 이들의 눈살 을 찌푸리게 한다. 일제강점기 35년이라는 세월 이 길었던 탓일까? 그것보다는 일 제의 식민잔재를 청산하고자 하 는 우리의 단호함이 부족했고, 지 금도 여전히 부족한 탓이리라. 1945년 8월 해방 직후의 조선신궁 입구 서울 동작구에서 동작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을 맡아 지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현충원 역사탐방을 비롯하여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중심으로 하는 근 현 대 역사탐방을 이끌고 있고, 「오마이뉴스」에 ‘동작 민주올레’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현충원 역사산책』,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동 작 민주올레』 등이 있다. 필자 김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