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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2024년 8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10일 맑음. 황도영이 항도천으로 돌아갔다. 녹동(鹿洞) 이정수 가 국내에서 돌아와서 대략 고향 소식을 들었는데, 망천(網川) 후경(厚卿)의 집일은 참혹하다. 저녁에 손 자 창로가 천렵을 하여 고기를 잡아왔다. 모두 붕어 와 자라 따위이나, 대엿새 반찬거리는 될 만하니, 입 맛이 없던 차에 문득 먹을 만한 것이 생기니 다행스 럽다. 이규봉이 일삼아 찾아와 보았다. 이는 아마 며 칠 전에 이곳에 왔으나, 나를 보지 못한 까닭에 뒤늦 게 사과하는 뜻을 보인 것이다. 고맙다. 11일 맑음. 이문형(이상룡의 조카)이 와서 잤다. 형아(衡兒)가 전에 거처하던 곳은 추워서 살 수가 없고, 또 유(劉)가 에게 욕을 보았다. 이제 우선 강노인의 집을 빌려 들 어가니 다행한 일이다. 12일 밤에 비가 조금 내림. 아침에 안개가 끼더니 늦게는 개었다. 황서방이 와 서 잤다. 13일 맑음. 오늘은 다시 계묘년의 그날이다. 비록 스스로 목숨 을 끊어 따르지는 못하였으나, 다시 어찌 차마 앉아 서 이 날을 맞겠는가? 생각 같아서는 가슴 속을 털어 놓고 싶으나 갈 만한 곳이 아무데도 없다. 부득이 영 춘원(永春院) (이상룡의) 거처로 길을 나서서 이병삼 의 집에 들렀다. 전에 함께 가기로 약속하였기 때문 이다. 마침 이형이 그의 중씨(仲氏, 둘째 형)에게 이끌 려 함께 난산(蘭山)에 가고 없다. 지팡이를 짚고 홀로 걸어가자니 마치 탈옥한 사람 같았다. 정오 무렵에 영춘원에 도착하였다. 반달이나 떨어져 서글프던 나머지에 통분의 뜻을 조금은 풀었 으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입은 옷이 얇고 추웠다. 가죽 옷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14일 맑음. 앉아서 가로(街路)를 보니, 노래 소리가 하루 종일 끊어지지 않는다. 아마 이는 좋은 때 좋은 날을 맞아 배부르게 먹고 취하여 서로 즐기는 것으로, 바로 고 향의 풍속 같다. 더욱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15일 (양력 10월 6일) 종일 비 밤이 되어서도 개지 않았다. 8월 보름날(추석) 저 녁인데도 캄캄한 밤과 다름없으니 한스러운 일이다. 16일 맑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병삼의 집에 들렀다. 막 그의 중씨(仲氏)와 겸상하여 밥을 먹고 있었다. 다시 한 상을 차려 주는데, 산해진미로 반찬마다 먹을 만 하였다. 숟가락을 놓기 바쁘게 비가 올 듯하여 걱정 하였더니, 돌아오는 길에 과연 비를 만났다. 윗옷은 젖고 아래 옷은 축축해졌으며 옷과 버선은 때가 묻어 더러워졌다. 탄식하고 탄식할 일이다. 돌아오니 당손(증손자)이 날로 자라 나를 보더니 웃으며 품속에 와 안긴다. 이런 때에도 얼굴을 펴게 하는 것은 이 아이 뿐이다. 볼수록 기특하고 소중하 다. 다만 영춘원에서 작별할 때, 보아하니 나이 든 누 이(석주 이상룡의 부인 김우락)가 건강치 못한데도 수염을 태우는 정성을 보이지 못하였다. 열 걸음에